‘국민주권 정부 국민주천제’ 구호는 ‘국민주권 정부’ 뺀 ‘국민추천제’로 바뀌어야
김용민 의원 등이 발의한 검찰개혁에 빠진 것
검찰, 판사 등 공직에 대한 감찰, 처벌 기능의 부재
이제 와서 검찰도 일반공무원같이 처벌받도록 입법한다고?
검찰의 부패는 조직 개편 이전에 처벌의 기제 부존재에 기인
재판소원을 금지함으로써 법원의 일탈을 방조하는 한국의 헌법재판소
목하 현 정부에서 장·차관 등 국가기관장 후보를 국민추천으로 받아 인재 예비목록을 만들겠다고 한다. 구호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추천제로 ‘국민주권 정부’의 문을 열겠습니다”이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는 현 대통령 이재명이 즐겨 외는 구호이다.
문제는 공(公)기관장 후보를 ‘국민추천’으로 받는 것은 ‘국민주권’과 무관하다는 점이다. 추천에 결정권이 따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추천을 받는 것이 나쁘다거나, 무의미하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나름의 의미를 갖는 것이고, 밀실의 폐쇄적 결정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문을 열겠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것은 ‘권력의 주인’, 혹은 '국민주권'과 무관하다.
‘국민추천’이 ‘국민주권’이 아닌 이유는 두 가지로 아주 간단하다. 첫째, 국민이 결정권이 없고, 그냥 추천에 그치기 때문이다. 어떤 주인도 그냥 추천만 하고 다른 이에게 결정권을 맡기지는 않는다.
둘째, 그 국민추천 제도가 국민의 결정에 의해 시행(혹은 폐지)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이재명’ 개인의 시혜적 결정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이재명이 대통령이 안 되었으면, 이런 제도가 반드시 시행되리라는 법이 없고, 특히 다음에 윤석열 같은 이가 나오면, 추천제는 폐기할 것이 명약관화, 불문가지이다. 대통령의 가치관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제도는 국민주권이 아니라는 증거이다. 이런 기약 없고 부질없는 제도를 현 정부에서 ‘국민주권 정부’의 상징으로 포장하고 있다.
국민추천제가 국민주권 정부의 상징이 되기 위해서는 그런 제도 자체를 시행할 것인지 폐기할 것인지를 국민이 스스로 투표하여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에 윤석열 같은 이가 대통령으로 나와서 국민추천제를 폐기라도 하고자 하면, 국민이 나서서 막을 수 있는 의사결정구조가 제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그런 것도 없이, 현 대통령의 지침에 의해 시행되는 국민추천제는 국민을 주인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명백하게 들러리 세우는 것이다. 들러리에 불과하다고 하는 것은 국민이 추천만 할 뿐, 결정권자는 국가의 관료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한 가지 지적할 것은 국가인재 후보목록 제도가 이미 가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인재 데이터베이스(DB)”가 그것인데, 여기에는 웬만한 인물은 거의 등록되어 있고, 여기서 맞춤형 인물을 고를 수가 있다. 다만 특별하게 국민의 추천을 받는 이를 원한다면, 부서 하나를 추가해서 운영하면 되는 것이다.
요지는 국민추천이라는 것을 두고, 전례 없이 새로운 것, 천지창조라도 한 듯 요란을 떨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국민이 직접 추천하고 그 가운데서 직접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그냥 추천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경천동지할 국민주권 정부의 상징이 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이 검찰개혁 법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기 위해, 검찰청 폐지하고, 중수청·기소청을 신설한다는 것이다.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 산하에서 수사를 전담하고, 기소청(공소청)은 법무부 산하에서 기소를 전담하게 한다. 그외 국무총리 직속으로 국가수사위원회를 두고 중수청,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업무 조정 및 관할권 정리, 관리·감독 등 업무를 담당하도록 한다는 것이다.(디지털타임스, 2025.6.11.)
발의된 검찰개혁법안은 우선 기존 검찰의 권력을 분산한다는 데 중차대한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그러나 문제는 중수청(행정안전부), 기소청(법무부), 국가수사위원회(국무총리 직속)로 편제를 개편한다고 해서, 관성에 쩔어빠진 검찰, 경찰의 소행이 맑아지리라는 보장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분권으로 인해 처음에는 약간의 정제 효과가 있을 수도 있겠으나, 가다가 보면 다시 기득권 카르텔이 형성될 것이 뻔하다.
그 증거가 검찰과 법원의 공생이다. 조직이 달라지고, 소속이 달라진다고 해서 검찰, 경찰의 부패의 고리가 척결되리라는 보장이 전혀 없다. 검찰의 권한을 일부 경찰로 옮겼더니, 이번에는 경찰이 불기소 재량권을 가지고 1억여 원을 ‘삥’ 뜯어갔다는 소식이 올라왔다.
조직개편에 앞서, (준)사법 권력에 대한 처벌제도의 정립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법권력의 부패는 조직의 잘못이라기보다, 사법권력에 대한 처벌의 제도가 거의 작동하지 않은 데 있다. 어떻게 이제 와서 검찰을 다른 공직자와 같이 처벌하겠다는 입법이 발의될 수가 있나? 지금도 발의 단계에 머물 뿐, 통과된 것도 아니다.
어떻게 검찰이 증거를 조작해도 처벌받지 않고 건재할 수가 있고, 헌법재판소에서는 증거조작 한 검찰을 입무에 복귀시키면서, “잘못은 했으나 파면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결정할 수가 있나? 그 헌법재판소가 법원판결을 거친 것은 아예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재판소원 금지(헌법재판소법 제 68조)’ 조항을 두고, 법원의 일탈을 방조하고 있다.
어떻게 법관은 잘못 판결해도 벌을 받지 않고, 다만 ‘고의’로, 그것도 ‘심각’한 고의에 의해 위법을 행했을 때만 처벌받는다고 할 수가 있나? 밑도 끝도 없는 ‘고의’, ‘심각’의 정도는 누가 판단하나? 판사는 판결 이유를 적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법이 있어, 제멋대로 재판해도 이유를 적어 밝히지 않는다. 억울해서 다시 진정서를 넣으면, 내용은 개무시하고, 그 알량한 절차를 앞세워, 이미 재판의 절차를 거친 사안이라고 한마디 하고서, 기각해서 내려보내는 세상이 ‘K팝(세계적 인기의 한국)을 떠들어대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공직 후보자의 ’국민추천‘은 정권에 따라 가변적이고 일시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국민주권이 아니다. 자칫 국민이 들러리로 전락하게 될 위험성을 가진 것이다. 또 검찰 ’조직‘의 개편은, 검찰개혁의 걸음마를 떼는 것일 뿐, 여전히 ’앙코 빠진 팥빵‘ 같아서, 사법권력 부패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태부족이다.
행정이나 사법권력에 대한 효과적 처벌, 견제 장치가 없는 한, 국민주권과 검찰개혁의 구호는 한갓 소리 요란한 빈 깡통에 불과하다. 핵심은 누구를 어떻게 뽑느냐, 조직을 어떻게 개편하는가가 아니라, 뽑힌 이를 어떻게 감찰, 통제, 처벌하는가 하는 것이며, 그에 따른 입법이 선행되어야 하겠다.
추후 전개될 입법 및 개헌 담론은 대통령 임기, 혹은 내각제 등, 행정부와 입법부 간 권력 배분, 혹은 공직자를 어떻게 ’선출‘하고 임기를 얼마로 하는가가 아니라, 공직자의 선출 절차 및 임기를 불문하고, 그 일탈에 대한 감시, 견제, 처벌을 위한 효과적 제도의 마련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 것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