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유튜브에서 갈무리 https://www.youtube.com/shorts/SXPy7-LIA3c)
지난 5.12일 대선후보 이재명의 부인 김혜경이 2심(수원고법 형사3부, 재판장 김종기)에서 150만 원 벌금을 선고 받았다. 문제가 된 액수는 식사비 10만 4천 원인데, 그 중 김혜경 본인이 쓴 것은 2~3만 원이라고 한다.
민주당 의원 김병기가 이 사태에 대한 대안, 대책 관련하여 두 가지를 언급했다. 첫째, 한동훈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한다. “반드시 한동훈 검사 시절의 특별활동비를 살펴볼 것이다. 저번에 우리가 그 내역을 내라고 했을 때, '(내역이) 지워졌네, 잉크가 휘발됐네‘라고 하면서 우리 국회를 조롱했는데, 제(김병기)가 이걸 살펴보면, 이거(김혜경의 경우보다) 한 천 배는 (한동훈이) 썼을 것 같다. 아마 소명 못 할 것이다“ 하는 것이다. 둘째, ”해야 될 게 있고 아니 해야 될 게 있다. 동네 양아치들도 가족은 안 건드린다“고 하는 것이다.
김병기의 이 같은 다짐은 오늘날 한국 국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노정한다. 위 첫째는 한동훈이 검사 시절의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사실을 지금까지 묵인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법원에서 그 내역을 공개하라는 판결이 났는데도, 한동훈은 그 내역이 ”지워졌네, 잉크가 휘발됐네“ 하고 그 내역이 보이지 않는 서류를 국회에 제출하여, 국회를, 김병기에 따르면, 우롱했다. 한동훈뿐 아니라 윤석열도 검사 재직시 썼던 특활비 내역을 공개했다는 말은 아직 회자하지 않는다.
한동훈, 윤석열이 검찰 특활비를 영수증도 없이 현금으로 가져가 썼다든가, 어디에 썼는지 용도가 분명하지 않다든가 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사실이 밝혀지고, 내역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까지 났는데도, 행정부 산하에 속한 검찰의 비위 혐의를 조사하고 처벌할 수 있는 능력이 국회에 없다는 점이다. 이는 국회뿐 아니라 법원의 판결도 대놀고 무시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국회나 사법부의 무능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그것은 김병기가 한동훈의 특활비 관련 비리 혐의를 이제 와서 밝히겠다고 다짐하고 나선 것이고, 그 계기가 된 것이 김혜경에 대한 항소심(2심)의 150만 원 별금형 선고라는 점이다. 김혜경이 무죄 선고 받았다면, 한동훈의 검찰 특활비 유용 혐의에 대해서 국회는 그냥 묻어버리고 지나갔을 것이 명백하다. 김병기가 “(한동훈이 유용한 특활비가) 천 배가 더 많을 것이고, 그에 대해서 소명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그것을 그냥 묻어두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김병기는 김혜경이 150만 원 벌금형을 선고받았기 때문에, 한동훈을 가만두지 않갰다고 벼를 것이 아니다. 두 개 사안은 별개의 일로, 서로 연관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활비는 유용 혐의가 드러난 즉시 조사하고 처벌되어야 하는 것이고, 또 김혜경이 억울하게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이라면, 그같이 부당한 판결을 일삼은 재판부에 대한 정화가 어떤 식으로든 이루어져야 한다. 검병기는 서로 직접 연관성 없는 두 개 사안, 한동훈의 특활비 유용과 김혜경에 대한 법원 판결을 서로 연결하는 우(愚)를 범했다.
대법원장 조희대의 대선후보 이재명에 대한 ‘유죄 취지 파기 환송’ 판결은 법에 규정된 절차마저 대놓고 무시한 위헌, 위법을 범했고, 지귀연이 법규정을 무시하고 날로 계산해야 할 것을 시간으로 계산하여 윤석열을 ‘탈옥’시킨 행위 등은 현장범 사안이다. 김병기가, 김혜경에 대한 판결이 정당하지 못한 것이라 보았다면, 사법부를 어떻게 정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그는 엉뚱하게 검찰 한동훈을 지목하고, 그 특활비 내역을 급기야 문제삼고 나섰다. 뺨은 종로에서 맞았는데, 한강 가서 눈 흘기는 꼴이다.
위 둘째로 김병기가 “동네 양아치들도 가족은 안 건드린다”고 발언한 것은, 국힘당 의원 조정훈을 닮은 데가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한 다음. 민주당이 윤석열의 처 김건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등 문제를 여전히 문제삼고 나서자, 조정훈이 ”집안에서 살림하는 여자를 왜 건드리느나“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김병기와 조정훈의 발언은, 국힘당,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현재 국회의원이 가진 비민주적, 봉건적 관행의 한계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크게 두 가지 점에서 그러하다.
첫째, 이들이 누구의 가족, 누구의 아내이기 때문에, 건드리면 안 된다고 본 점이다. 집에서 살림하는 여자를 건드린다고 '군자연'하고 나선 것(조정훈)이나, 검찰 특활비 유용한 한동훈이 대선후보자의 가족을 건드린다고 하며 양아치도 그런 짓거리는 하지 않는다고 한 것(김병기)이 그러하다. 그러나 누구라도 특별한 인적 관계로 인해, 본인이 저지른 행위가 처벌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민주국가가 아니다. 집에서 살림을 하든 뭐를 하든 무관하게, 부당행위는 각기 스스로 책임지고 처벌받아야 한다.
이런 와중에 김병기는 법원 등 한국의 정부 및 정계를 ‘동네 양아치 집단’에 준하는 것으로 설정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기서, 알게 모르게 권력을 가진 이들을 예외적으로 대우하는 특권의식이 개재해 있음을 보게 된다. 그는, ”동네 양아치들도 가족은 안 건드린다. 그 작업하는 애(양아치)들도 그 집 가족들은 먹고 살라고. 몰래 쌀 갖다 놓는다. 불문율이다, 세상에 가족들을 이렇게 건드리면서...“ 등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런 김병기의 발언에서 눈여겨보아야 하는 것은, 양아치들이 불문율로, 건드리는(해치는) 상대 가족을 위해 먹으라고 쌀 갖다 놓는다는 것은 ‘자기들끼리의” 불문율이라는 점이다. 그 불문율은 양아치 집단 안에서 통용되는 것일 뿐, 양아치 아닌 외부인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양아치들이 무슨 자선사업가도 아닌 바에,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먹을 것 갖다 놓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병기의 논리인즉, 검찰, 국회, 재판소 등 정부가, 자기들끼리 봐주고 다투면서도 그 가족들은 먹고 살라고 쌀 갖다 놓는 양아치의 불문율쯤은 그래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를, 공익에 우선하여, 적어도 양아치 논리는 지켜야 하는 집단쯤으로 본 것이다. 거기에 양아치, 조폭에 속하지 않는 서민은 낄 틈이 없다. 김병기가 생각하는 바, 적어도 양아치 불문율쯤은 지켜야 하는 정부는 공익을 위한 기관이 아닌 것이 된다.
한편, 조정훈이 김건희를 두고 "집에서 살림하는 여자를 왜 건드리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으나, 실제로 김건희 자신은 그렇게 자신을 폄훼하지 않았다. 그것이 이번에 그녀 자신의 발언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지난 5.14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하여, 검찰이 김건희에게 검찰청에 출석하도록 통보했다. 그랬더니 김건희가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출석할 것이라 통보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① 공천 개입 의혹에 관한 조사가 강행될 경우, 추측성 보도가 양산돼 선거에 영항을 미칠 수 있고, ②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물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재판이 모두 연기됬으며, ③ 문재인 전 대통령 뇌물 혐의를 수사한 검찰이 대면 조사 없이 기소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한겨레, 2025.5.14.)
김건희는 스스로, 조정훈이 언급한 것과 같은 “집에서 살림하는 여자”로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맞먹는 위상을 가진 여자로 여기고 있음을 보게 된다.
김건희가 검찰에 불출석을 통보하기 이틀 전(5.12일), 김혜경은 항소심에 출석하여 150만 원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여기서 김혜경과 김건희의 차이점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같은 '누구의 아내'이지만, 김혜경은 김건희가 내세우는 그 같은 이유를 대지 않았다. 선거 기간 중에 김혜경이 유죄 벌금형을 선고받는 것이 실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고, 김혜경은 그 같은 이유로 딴지를 걸어, 재판 연기를 신청하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김건희의 경우, 그녀가 검찰에 출석하여 조사받는 사실이 실제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 여부는 차치하고, 적어도 그녀 자신은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조정훈은 김건희를 과소평가했다.
김건희의 발언은 다시 두 가지 점을 반증한다. 첫째, 김건희가 스스로 대선에 영향을 주거나 대통령의 지위에 버금가는 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조정훈의 발언이 초점을 비껴갔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거취가 선거에 영향을 주고, 대선후보(이재명) 및 전직 대통형(문재인)과 맞먹는다고 생각하는 여자를 그냥 집에서 살림하는 여자로 폄훼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같이 ‘누구의 집사람’이라 해도 김건희와 김혜경은 다르다. 김병기는 ‘양아치’ 조폭의 불문율을 인용하며, 누구의 ‘집사람‘이기 때문에 건드리면 안 된다고 할 것이 아니다. 각기 독립한 개인으로서 행위에 대한 평가가 바르게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김혜경의 경우, 10만 4천 원 가지고 130회 압수 수색하는 검찰, 150만 원 벌금 때리는 재판소 처사의 공정성이 문제가 된다면, 검찰, 사법 등 제도를 근원적으로 고쳐야 하는 것이겠다.
그러나 허구한 날 '역풍' 걱정하는 국회 다수당이 근원적인 개혁에 발동을 걸고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 '근원적' 개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말은, 대충 하는 척만 하며 미봉에 끝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지난 총선에서 검찰개혁의 기치를 올리며 '검사장 민선제'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또 강령 1호로 명기하고 있다는 조국혁신당이, 총선이 끝난 다음에는 '검사장 민선제' 담론은 쓱 빼버리고, 그 대신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설치'라는 것으로 갈음했다. 전자는 민권의 확대를 뜻하고, 후자는 검찰의 입김에 휘둘리는 관료적 기구이다. 다소간 '자기네들끼리' 양아치 불문율로 서로 편리를 봐주는 관성에서 벗어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