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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자영의 금요칼럼]국회무용론(73) ‘팬덤 정치’를 매도하는 김경수는 계엄이 민주당 탓이라고 되레 비난하는 윤석열 닮아

최자영 | 입력 : 2025/02/16 [18:39]

광주 금남로가 상징하는 5.18 민주 정신의 퇴색
윤석열의 계엄은 민주당 탓 아닌 자신의 권력욕 탓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는 이른바 ‘극우’ 세력도 권력지향적
민주정치는 비합리적 '개인'에게 합리적, 공정한 결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집단 비지성, 권력욕을 합리적 ‘제도’(다수결)를 통해 조율하는 절차

12.3 계엄 관련하여 윤석열 및 그 주변 인물들의 기획이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 대표 이재명이 내놓은 촌평을 약술하면, “정말 끔찍하고 잔인한 계획을 세웠던 게 드러나고 있다. 그 대싱자들도 광범위다. 차범근 감독이 왜 들어가나? 그 이상하게 이재명 영장 기각한 판사 이름이 없다 싶었더니, 역시 꼼꼼하게 들어있었다. 무슨 연예인, 종교인 신부 목사님, 다 잡아 죽이려고, 반대하는 사람, 불편한 사람을 전부 죽여버리려 했던 거 아닌가!

이게 대체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이냐! 더 기막힌 일은 우리가 옛날 교과서에나 봤던 3선 개헌을 시도했다는 것 아닌가! 윤석열이 임기 5년이 너무 짧아서 세 번 연임을 하고, 그것도 부족해서 후계자를 정하자는 그런 메모까지 있다고 한다. 독재 왕국을 만들려고 한 거다. 3선 개헌의 후계자를 지정하면, 그 후계자가 누구겠냐? 퍼뜩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데. 차마 제 입으로 말씀을 못 드리겠다” 등이다.

그런데 문제는 윤석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하나뿐이라면, 그이만 공직에서 물러나게 하면 그 문제가 해결될 것도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목하 전개되고 있는 혼동은 사람 하나 척결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윤석열의 복귀를 바라는 이들이, 소수 여부를 불문하고, 거리로 뛰쳐나와 아우성을 쳐대는 것이 그러하고, 법원을 부수고, 판사 찾아다니고, 헌법재판소도 부수겠다고 하고, 헌법재판관 인신공격하는 것이 그러하다.

5.18 민주화 성지로 알려진 광주 금남로에서도 난리가 났다고 한다. 윤석열 탄핵 찬성과 반대가 거리에서 맞부딪혔다는 것이다. 총에 맞아 죽고 찔려죽은 시신과 목관이 사진 속으로 들어와 여전히 주변을 배회하며 영 떠나지 않고, 수호신처럼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를 지켜줄 것만 같던 5.18이 갑자기 퇴색한 듯하다.

전두환을 본받고 싶어하는 이가 전두환같이 무장군인을 동원하여 계엄을 선포했다고 하는 데도, 그이를 옹호하고 탄핵하지 말라고 하는 이들이 광주 금남로로 모여들었다고 하기 때문이다. 탄핵 찬성 시민이 2만 명 모이는데, 반대하는 쪽이 1만 모였다고 하니, 이게 장난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어느 쪽이 많으냐 하는 문제로 덮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윤석열을 지지하고 그 탄핵에 반대하는 이들은 윤석열에게서, 행동과 다르게,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을 믿는 것인지도 모른다. 계엄선포가 부정선거 때문이고, 민주당이 예산을 깎는 등 독주를 하기 때문이며, 감사원장(탄핵소추) 등 너무 억울해서 계엄을 선포했다는 ‘각본’이다. 그 계엄선포를 윤석열은 두 가지 상반된 취지로 정당화한다. 한편으로, 그것이 ‘고도의 통치행위’로서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것, 다른 한편으로는 실제로 국회 마비나 살상을 하려던 게 아니라 경고용(이른바, ‘계몽계엄’으로 희화화)이었다고 하는 것이다.

억울해서 계엄을 일으켰다는 인과관계는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 억울한 것과 남에게 총칼을 들이대고 목숨을 위협하는 것은 서로 필연적 연계고리를 갖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억울해도 허구한 날 당하고 사는 이들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억울한 수사, 억울한 재판에 사법피해자가 기백만을 헤아린다고 하는데, 이들은 억울해도 참고 살지, 총칼 들고 국회에 난입하는 일이 없다. 그런데 윤석열은 군대를 동원했다. 윤석열은 ‘억울’하기 때문이 아니라, 권력이 있기 때문에 군대를 동원하여 계엄을 일으켰던 것이다. 민초와 윤석열의 차이는 권력의 유무에 있다.

‘억울’해서 일으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계엄을 통해 기획한 ‘수거’ 대상 지목에서도 드러난다. ‘수거’ 대상이 국회나 선관위에 한정되지 않고, 언론, 종교, 문화 관련 민간인도 대거 포함되어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민주당이 예산 깎고, 부정선거 의혹 받는 일들과 직접 관련이 없다. 이렇게 많은 이를 ‘수거’ 대상으로 두면, 정작 억울한 이는 윤석열이 아니라 그 ‘수거’ 대상이 된다.

설상가상으로 여기에 두어 가지 문제가 추가로 발생한다. 첫째,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이들이 있다. 윤석열은 “지금처럼 심리가 진행되면, 중대 결심 불가피하다”고, 또 요즈음 들어 뜨고 있는 전한길(한국사 일타강사)은 “제2의 4.19혁명이 일어날 것이고, 내 몸을 던지겠다”고 한단다.

그런데 만일, 이들이 원하는 것처럼, 탄핵이 인용되지 않고 기각되어 윤석열이 대통령 직위에 복귀한다 해도, 사태가 조용히 마무리 될 것 같지 않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4.19만큼, 아니면 그보다 더 처절하고 기나긴 3.1운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맞불을 놓는 시민들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탄핵 찬반의 세력이, 광주 금남로에서처럼, 2:1, 아니면 10:1이 된다고 해도, 그 수적 우세 여부와 무관하게, 한국 사회의 혼동과 불안은 불가피하다.

둘째, 여의도 국회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대책이 전무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대책이 아니라, 아예 관심이 없다. 관심이 없으니 대책이 나올 리가 만무하다.

관심이 없다는 말은 그냥 상대를 비난, 매도하는 데 그친다는 뜻이다. 한쪽에서는 윤석열이 탄핵을 불법으로 일으켰고, 폭도가 법원을 습격하고, 헌재와 헌재 재판관을 공격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비난하는 것이다. 그런데 비난을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반대쪽에서는 여전히, 윤석열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국회 민주당이 폭주를 했기 때문이라고 맞불을 놓기 때문이다.

여기서 노정되는 하나의 진실은, 지금의 상황이, 논리, 합리성 여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상대가 잘못한다’라고 비난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더 근원적으로, 오히려 권력욕과 아집으로 환원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의도나 시민사회이거나를 불문하고, 관건은 누가 옳은가 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누가 권력을 잡고, 군대나 경찰을 움직일 수 있는가 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불법으로 계엄을 일으켰으니 ‘잘못한 것이다’, 또 그런 불법계엄을 옹호하는 국힘당을 ‘내란당’이니 뭐니 욕을 하는 것이 하등 의미가 없는 것으로 화해 버린다. 계엄을 옹호하는 이들은 ‘합리성’이나 ‘잘잘못’이 아니라, 결정 권력을 누가 어떻게 행사해서 어떤 결론에 이르는가 하는 점에만 초미의 관심을 두고 있다. 

사실 ‘합리’나 ‘공정’이 너무 먼 나라의 이야기이고, 지금까지 수도 없이 상식을 벗어난 검찰의 잘못된 수사, 법원의 잘못된 판결은 남발되었다. 각종 부정부패에 찌들어 관성적으로 무감각해진 것은 국회나 시민 사회를 막론한다. 지금 와서 새삼스레 윤석열 탄핵 재판에 대해서만 공정을 떠드는 것이 무색하다. OECD 40여 개 국가 중 한국의 사법신뢰도가 꼴찌를 기록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구나 ‘합리’, ‘공정’이 아닌 ‘권력 놀이’는 윤석열의 계엄선포, 그 윤석열을 지지하는 이른바 ‘우익 골수’. 국힘당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당장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그 같은 원리와 행태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엊그제 김경수(전 경남도지사)가 이재명을 만났다. 김경수는 미리 준비해 온 몇 장의 비망록을 상의 주머니에서 꺼내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혹시나 까먹고 언급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신경을 썼다는 뜻이다. 이렇듯, 용의주도하게 기획된 그 발언의 내용은 “정권 교체를 하지 못하면 우리가 당(민주당) 역사의 죄인이 된다”, “강성 팬덤 정치가 민주당을 죽인다”, “(민주)당을 화합, 포용의 원칙으로 이끌어가야” 등 취지이다.

이른바 강성 ‘팬덤’이란 이재명의 지지 기반으로 알려진 ‘개딸’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되는 부분이다. 이 같은 김경수의 발언을 두고, “무슨 강성 팬덤이라고 하냐, 그것은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다”, “너희(이른바 문재인 휘하의 ‘문파’)는 이 탄핵 정국에 수면 아래로 잠수해 있더니, 지금 대선 정국에 다시 고개를 쳐들고 나오냐” 등 반론이 만만치 않다.

여기서, 민주당 내에 ’다른 목소리‘가 이같이 표면화하는 것은 놀랍게도 윤석열 탄핵에 대한 찬반의 목소리가 갈리는 것과 같은 원리에 입각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합리와 공정성이 아니라 권력욕이 그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정권을 교체하지 않으면 (민주)당 역사에 죄인이 된다”. “팬덤 정치는 안 된다”는 것이 그러하다. 이들에게 정치란, 국민 민중이 아니라, ’민주당의 정권‘을 위해 존재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개딸‘들부터 배제해야 하는 것 같다. ’개딸‘들을 배제하지 않으면, 민주당 내의 화합, 포용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김경수가 보는 것이 그러하다. 그 김경수는 그를 앞세우고 뒤에 잠복해서 등장할 준비를 하는 이들을 대표한다.

’개딸‘들을 배제하고 민주당의 화합을 도모하겠다고 으름장 놓는 김경수는 윤석열 탄핵을 찬성하는 이들을 비난하는 이들과 닮았다. 담기는 내용이 다르지만, 상대를 비난하고 ’배제‘하는 원리에 있어서 그러하다. 그러나 민주정치는 ’개딸‘을 배제하거나,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는 ’극우 유투버, 시민‘ 등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윤석열의 계엄선포와 김경수의 ‘개딸’ 배제의 선언은 다 같이 민주적 절차가 존재하지 않는 한국의 정치, 사회 풍토를 반증한다. 일방적 선언으로 자기의 뜻을 관철하려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국민 민중의 뜻을 대놓고 무시하며, 내각제 개헌해야 하겠다고 떠드는 독선의 위정자들이 가세하고 있다.

정치는 이성. 집단지성이 아니라, 집단 비지성, 원시적 권력욕, 감정의 부대낌을 조율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것은 상대의 배제가 아니라, 민주적 절차로서의 토론과 다수결에 대한 승복으로서만이 해결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대놓고 계엄을 선포하는 일은 없어져야 하는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도, 타인을 배려해서, 일단은 양해하고 수긍해하 하는 것이다.

위정자들뿐 아니라 충돌하는 민심도 권력을 지향한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뿐 아니라, 내각제 주창자, 탄핵 찬반론 주창자들 각각이 모두 상대를 배제하는 힘의 원리에 의지하고 있다. 이것은 민주적 의사조정 절차를 제도적으로 가꾸어 놓지 않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힘으로 상대를 누르는 수밖에 없는 이 같은 구조에서, 찬반의 충돌은 거리의 아우성을 통한 힘겨루기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김경수가 '팬덤 정치'를 배제해야 민주당이 화합할 후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독선이다. 그 독선은 대선 전 내각제 개헌부터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국힘당이나 '문파'들을 닮았다. 그런 판단의 기준은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하면서, 민주당과 선관위를 매도하는 것과 같이 독선적이다. 이들을 쏙 빼닮은 국민 민중도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거리의 아우성으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타인을 매도하고, 힘으로 자기 뜻을 관철하려는 행태는 다소간 윤석열을 닮았다. 그래서 한국 사회에 차고 넘치는 것이 윤석열의 ‘아바타’들이다.

'태극기 부대'가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것이 아니듯이, '촛불'도 민주의 상징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민주주의가 제도화 되지 못한 한국 사회의 치부를 드러낸다. 부득이 들어올리는 '촛불'은 자랑거리가 아니다. 덜 민주화된 한국 사회의 제도적 후진성을 대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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