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당이 법사위 가져가면 국회가 이재명 거수기로 전락하지도 않을 것이라 전망
국회의장, 상임위원장, 당대표, 원내대표가 모두 집권적 독재의 아성
제왕적 대통령 운운하기 전에 국회 상임위 등 집권적 독재구조부터 타파해야
국힘당 의원 주진우는, “행정부 견제를 위해 이제 법사위원장은 야당이 맡아야 한다”,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돌려주고 법사위를 정상화하라”, “새 정부의 첫 임무는 ‘말로만 통합’이 아닌 ‘국회 정상화’다”, 또 같은 당 의원 나경원도, “거대 여당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독식한 채로는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없다”, “삼권분립의 정신을 정면으로 훼손하고 국회를 이재명 정권의 거수기로 전락시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매일경제, 2025.6.8.)
그런데 여기에 참으로 이상한 사실이 드러난다. 주진우와 나경원의 말에 따르면,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기만 하면, 국회가 정상화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통합도 되고, 행정부 견제도 되고, 삼권분립 정신도 살아나고, 국회가 이재명 거수기로 전락하지도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국힘당 주진우와 나경원이 국회 정상화라고 보는 것은 다수당을 무력화한 상태임을 보게 된다. 지금까지 다수 민주당의 입법을 윤석열이 앉아서 수십 회 거부권을 행사하여 수포로 돌렸다. 이제 윤석열이 사라지니, 국회 법사위에 또아리 틀고 앉아서 입법이 가결되지 못하도록 방해하겠다는 뜻이다. 이들이 말하는 통합, 견제, 삼권분립은 다름 아닌 소수 국힘당의 뜻을 관철시키고 다수 민주당을 엿 먹이는 것이다. 또 이재명의 뜻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들은 “이재명 거수기로 전락하지 않는 것”이 국회의 목적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국힘당의 이 같은 요구는 두 가지 점에서 반성을 요한다. 첫째, 이들의 눈에는 국민의 뜻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 민중이 이재명을 선택했고, 또 민주당을 다수당으로 만든 것은, 국힘당 아닌 민주당의 노선을 지지한다는 뜻이다. 국민 민중이 선택한 다수 민주당의 결정은 그 자체로서 존중되어야 한다. 국회는 헌법(제49조)에 규정하는 다수결로 운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진우와 나경원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삼권분립이 국민의 뜻을 배반하고 그 뜻 위에 군림하는 절대적인 원칙인 것으로 본 것,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견제가 행정부의 뜻에 언제나 반하는 것으로 이해한 것이다. 그러나 분립이라는 것은 서로 부당하게 개입 간섭하지 말하는 뜻이지, 협조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이 두 의원은 분립의 개념을 반대, 불협화음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 삼권분립의 원칙은 국회 다수결의 원칙을 무시하면서까지, 국회가 행정부를 저지하라는 것이 아니다.
둘째, 소수 국힘당이 법사위원장만 가져가면, 국회가 정상화되고, 이재명의 거수기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국회 자체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다. 어떻게 다수 민주당이 버젓이 있는데, 국회가 이재명의 거수기로 전락하지 않게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법사위 등 국회 상임위가 위원장 독재 체제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 상임위원장의 독재는 다수당을 무력화시킬 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주진우와 나경원이 새 입법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저렇게 법사위원장 직위에 목을 매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상임위원장을 누가 맡는가의 문제를 떠나, 국회가 가진 심층의 병폐를 노정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제왕적이니, 그 권한을 국회로 옮기자거나(내각제), 국회에서 뽑는 총리(책임총리제)에게로 나누어주자고들 떠들어대지만, 정작 그 국회는 독재적 의사결정구조를 탈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걸핏하면 국회의장이 소위, 상임위를 통과한 안건의 본회의 상정을 거부하고, 여야 합의를 종용해왔다. 김진표, 박병석 등이 그랬고, 우원식도 가끔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헌법상 국회는 다수결 원칙에 의거한다. 국회의장은 물론 상임위원장이 다수당의 뜻을 무시할 때는 하시라도 그것을 교정 보완할 수 있는 장치가 갖추어져야 한다. 다수당의 뜻은 국민의 뜻이기 때문이다. 법사위원장직을 차지하면 다수당을 백안시하고 ‘이재명의 거수기 노릇’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국회가 법사위원장의 독재체제임을 뜻한다.
국회는 이 같은 국회 내 독재적 의사결정구조를 타파해야 한다. 법사위원장을 누가 맡든, 위원장이 독주하는 체제를 불식해야 한다. 위원장이 다수당의 의견을 깔아뭉개면, 일정수 의원 이상의 서명을 통해 법안의 통과나 폐기에서 위원장의 독단을 우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법사위원장직 차지하려고 이 같은 몽니를 부리는 일은 애초에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원칙은 국회의장, 당대표, 원내대표 등 모든 국회 내 직역에 적용되어야 한다. 민주국가에서 기관장이나 부서장(상임위원장 등)은 의견을 취합하고 회의를 주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독재적 결정권자가 아니다. 상임위 등 각 부서도 편의상 일을 분담하는 것일 뿐, 전체 다수의 의사를 배반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국회 내 각 상임위가 독주하고 일탈하는 경우, 의원 전체의 뜻을 모아 바로 보완 수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구비되어야 하겠다. 국회 내 권력구조의 민주화는 국민 민중의 뜻을 왜곡 없이 반영하는 지름길이 될 전망이다. 그 같은 원리로서, 입법의 국회뿐 아니라,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 임명직의 사법부까지, 각 기관의 모든 독선과 독재는 궁극적 권력의 원천인 국민투표로 견제, 처벌해야 한다.
허구한 날 법사위를 누가 가져갈 것인가를 가지고 아웅다웅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국민 민중을 백안시하고, 배타와 독선, 독주에 혈안이 된 국회를 보노라면, 윤석열만 독재한다고 나무랄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