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한 말은 바꾸지 말라?
불가능한 완벽을 요구하고 변화를 부정하는 김동연
국민은 빛의 (촛불)혁명만 해야 하는 들러리냐
국민의 정치적 발언권이 소외된 김동연의 졸속 개헌론
최근 이재명이 민주당의 화합과 통합 도모의 일환으로, 임종석, 김동연 등과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 차제에, 임종석(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장)은 ,‘민주당은 중도보수’라는 이재명(더불어민주당대표)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 아니다”, “성장과 복지의 균형 등에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해 온 민주당이 어찌 중도보수정당이냐”, “(이재명의) 우클릭은 정답이 아니다. 지금 민주당의 리더십에 필요한 것은 신뢰감과 안정감” 등 의견을 냈다.
다른 한편, 이재명과 만난 자리에서는 김동연(현 경기도지사)이 크게 세 가지를 언급했다. 첫째, “신뢰의 위기도 있다고 생각한다”, “말만으로도 안 되고, 말을 바꿔서도 안 된다. 수권정당으로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라고 했는데, 이 발언에서 김동연은 임종석과 상통한다. 둘째, ‘제7공화국을 위한 개헌’, 셋째, ‘압도적인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선거연대, 및 공동정부’ 등을 제시했다.
위 첫째, 수권정당으로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말만으로도 안 되고, 말을 바꿔서도 안 된다”는 것은, 아마도, 요즈음 회자하는 이재명의 ’우클릭‘ 행보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이 언급한 상속세 개편 등에 대해, 김동연 자신이 “지금 정치권에서 감세 포퓰리즘 경쟁이 벌어져 안타깝다”, “지금은 감세가 아닌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때”,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동연이 “말을 바꿔서도 안 된다”고 한 것은 심각한 문제를 발생하게 한다. 어떻게 말을 바꾸지 않고 살아갈 수가 있나? 사람은 자꾸 바뀌어야 한다. 상황은 언제나 똑같이 기다려주는 것이 아니므로, 상황에 따라서 다른 정책, 대책을 구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상황이 안 바뀌어도, 정책 입안자가 더 진보 아니면 퇴보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이 가변적이기 때문에, 자꾸 바뀌어야 하고, 바뀌지 않을 수가 없다.
“말을 바꿔서는 안 된다”고 믿은 김동연은 세 가지 점에서 오류를 범했다. 하나는 위정자가 한때 제시하는 정책이 완벽하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완벽한 이, 완벽한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한번 제시한 정책을 바꾸는 것은 잘못이고, 그 잘못이 정책을 제시하고 바꾼 이에게로 돌아간다고 본 점에서 김동연은 독선을 범했다. 정책의 제시나 변경의 책임이 오직 정치가 개인에게 달려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민 민중의 뜻이 생략되어 있다.
김동연은 상황의 가변성 때문뿐만 아니라, 다수 민중의 뜻에 따른 것이라면, 얼마든지 정책의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을 놓친 것이다. 이재명이 ’우클릭‘ 하여 말을 바꾸었기 때문에 민주당의 신뢰도가 추락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우클릭‘이 다수의 지지를 얻는가 여부에 천착해야 했다. 민주당의 신뢰도는 주체가 민주당이지만, 다수의 지지 여부로 개념의 틀을 전환하면, 주체는 국민 민중이 된다. 김동연에게는 민주당이 국민 민중보다, 또 당의 신뢰도가 민중의 편익보다 더 우선한 것임에 틀림없다.
셋째, 한번 한 말은 바꾸면 안 된다는 그의 고정관념은 정치를 화석으로 만들어버릴 위험성을 내포한 것이다. 정치는 시시각각 변모하는 상황에 적응해서 수시로 탈바꿈해야 한다.
위 둘째, 개헌 관련하여, 김동연은 “정권 교체만으론 부족하고, 정권 교체 이상의 교체를 해야 한다”, “제7공화국을 만들기 위한 개헌이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고 유감”이라고 했다. 이것은 “내란 수습이 선행해야 하고, 개헌은 그 다음 수순, 지금 개헌을 꺼내면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다”라는 이재명의 의견에 대한 반론이다.
김동연은 “개헌은 블랙홀이 아니고 새 한국의 관문이 될 것”, “제7공화국을 만들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 이를 위한 임기단축 등 개헌 논의가 제대로 돼야 한다”, “(개헌은) 3년 전 저와 이 대표의 약속일 뿐 아니라 민주당과 국민의 약속”,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년 전에 얘기한 개헌을 완수하는 게 민주당의 책무” 등 의견을 개진했다.
문제는 제7공화국을 위한 개헌이 왜 임기단축에 초점을 두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1987년 헌법을 근 40년 만에 손을 대면서, 왜 대통령 임기, 혹은 내각제 여부에 목을 매고 있나? 개헌 논의는 위정자들만의, 혹은 민주당의 책무로서가 아니라, 권력의 원천인 국민 개헌으로서 이루어져야 한다.
노무현까지 거슬러올라갈 것도 없이, 문재인 정부 초기 회자했던 국민 개헌 담론을 되새기면 될 일이다 그것은 국민 민중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어야 하고. 다시 그것은 유신독재 이전의 헌법, 국민발안과 함께 국민투표부의권을 복구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국민의 정치적 발언권을 도외시한 김동연의 개헌론은 정치가가 말을 바꾸면 안 된다고 하는 그의 지론과 상통한다. 정치와 정치가를 화석같이 형해화하려는 점에서 그러하고 정치가 국민을 위한 것이기 전에, 민주당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으로서의, 주객전도의 위험을 내포한 것이다.
위 셋째, 선거연대 및 공동정부 관련하여, 김동연은, “내란 종식은 정권 교체인데, 지금의 민주당으로 정권 교체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압도적인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선거연대, 나아가 공동정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여기서도 김동연은 두 가지 비약의 오류를 범했다. 첫째, 내란 종식은 말 그대로 내란을 종식하는 것이지, 그 자체는 정권 교체라는 의미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다. 정권 교체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또 정권 교체가 된다 해도, 현 여당인 국힘당에게서 다른 당으로 권력을 옮긴다는 뜻인데, 야당도 다수라, 어느 야당으로 귀속될지가 불분명하다. 딱히 민주당이 텃세 부릴 계제가 아니다. 확률에 따른 예상과는 별도로, 원리상 그러하다.
둘째, 김동연은 정권 교체를 위해서 연대하고 공동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내란 종식은 누가 모여 공동정부를 만드는가 여부와 무관한 것이다. ‘내란 종식’이란 기정 상황의 종결을 뜻하는 것인데, ‘연대’, ‘공동정부’는 기정의 상황 종결과 무관하게 인적 구성 설계를 뜻하기 때문이다. 양자는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맥락에 있는 개념으로서, 서로 필연적 연계고리를 갖는 것이 아나다.
국힘당 아닌 다른 당에서 ‘연대’ ‘공동정부’를 꾸린다고 해서, 반드시 내란을 수습할 수 있는 대책이 나오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까지 보아온바 민주당 내에 여전히 다수 포진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수박‘ 계열은 국힘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적지 않은 이들의 생각이다.
결국 김동연의 말뜻은 지각변동으로 야기된 ‘내란 수습’의 기회를 이용하여, 친명계 아 닌 다른 이들도 함께 아울러 권력 쟁취를 이루자는 것이다. 문제는, ‘문재인 효과’를 통해 터득했듯이, 임종석, 김경수, 김부겸 등 문재인 정부 하 문파 인사들이 동참한다고 해서 내란 수습이 제대로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자칫 제2 문재인 정부로 돌아가는 우를 범할 수도 있겠다.